
들어가며
내 7년의 커리어의 절반을 차지하던 가우디오랩을 떠나게 되었다. 그간의 감정과 경험과 그리고 추억을 담아 더 늦기전에 퇴사 회고를 해보려고 한다.
왜 퇴사해요?
수많은 동료와 지인들한테 들었던 말이다. "왜 퇴사해요? 요새 힘들어요?"
당연히 회사일은 힘들다. 안힘들면 그건 일을 잘못하거나 부족하게 하고 있다는 뜻으로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회사일은 별일없으면 항상 바쁘게 그리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면 다음 질문이 들어온다. "바쁜만큼 성장을 못했나요?"
바쁜만큼 성장도 했다. 홀로 개발을 해보다 팀을 만들어보고 팀원이 생겨서 그동안 생각해오던 많은 서브프로젝트를 해볼수 있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이 들어온다 "그럼 퇴사한 이유가 뭐에요?"
가식을 다 버리고 말해보자면 "네카라쿠배 네임벨류 달려고요" 라고 할 수 있겠다.
네카라쿠배
네카라쿠배가 뭐라고 7년차에 가냐고 할 수도 있지만.
친구들과 창업 -> 중견 -> 스타트업의 경력을 가진 나에겐 네카라쿠배는 "코딩 교과서"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개발을 막무가내로 시작했다. 따라서 열심히 그리고 잘 코딩하도록 계속 공부하고 고민해왔다. 그럼에도 근본 개발자가 아닐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그동안 계속해서 존재했었다.
물론 네카라쿠배 다니는 지인들과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거나 대화를 하면서 "~~했더라. ~~하더라"식의 내용은 충분히 있는 상태였지만, 백문이불여일견이라 내가 직접보지 않고 느끼지 않고는 그 아쉬움과 불안감은 계속 공존해왔다.
그래서 쿠팡플레이에서 면접제안을 왔을때 하겠다고 했다. (물론 쿠팡플레이뿐만 아니라 많은 회사에서 면접제안을 주시면 왠맨해선 응하면 편이긴 하다)
실제로 가우디오랩에서 다니면서 쿠팡플레이뿐만 아니라 3개의 기업에 최종합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안갔던 것은 대부분의 제안과 상황들이 가우디오랩보다 만족스럽지 않기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실제로 가우디오랩에서 나의 대우는 나쁘지 않았고, 실제로 동년차 지인들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었다. (여기서 기준은 네카라쿠배 기준으로 연봉 수준을 의미한다)
그리고 쿠팡으로 이직했을때도 계약연봉 기준으로 5%정도밖에 상승을 못했다. (물론 TC 기준으로 하면 20%정도인듯하다)
그럼에도 내가 쿠팡, 그 중에서 쿠팡플레이에 가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네카라쿠배중 하나이다
- 싱가포르가 본사라 업무가 영어베이스로 진행된다.
- 내가 이때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B2C를 하는 회사이다.
그 외에도 풀재택인 점도 있는데 이건 가우디오랩에서도 똑같이 제공되는 옵션이라 뺐다.
이러한 점들이 나를 쿠팡플레이로 이끌었다.
쿠팡플레이
입사하고 나서 바로 추석연휴가 끼어있어서 실제 근무로는 5일, 그리고 기간으로는 2주가 되었다.
아직 뭔가를 판단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이지만 느낌점을 간단한 소회해보고자 한다.
대기업답게 프로세스가 정리되어있다.
쿠팡플레이의 개발 문화는 확실히 "정리되어 있다".
A/B Test, Feature Flag, CI/CD, Test 등, 내가 늘 생각해왔던 시스템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유지보수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이런 프로세스를 ‘해야 하는 일’보다 ‘할 수 있으면 좋은 일’로 취급했다. 내가 직접 만들고 유지했기에, 우선순위에 밀릴 때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엔 "개발자가 아닌 조직으로서의 완성도"를 직접 체험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생각하보자. Feature Flag가 왜 필요한가? 스타트업에서 기능을 만들기로 결정했다면 그냥 만들고 배포하면 된다. 특히나 B2B를 하는 회사에서는 해당 기능의 사용자에게 유용한지 여부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기본적인 기능 외에 추가 기능은 사용자의 요구에 맞춰서 개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타트업에게서 추가기능은 대부분 Ok인 경우가 많다. 왜냐면 기본 기능조차 시간이 부족한판에 추가기능이라니 칭찬할만한 일이니 Feature Flag로 만들었다 빼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글로벌 조직답게, 영어가 기본이다.
쿠팡플레이에 온 목적중에 하나는 영어인데. 실제로 영어로 업무를 시작해보고나서야 큰일 났음을 깨달았다.
단순히 영어 문서를 보고 영어로 슬렉을 치고 주석을 영어로 달아야하는 문제는 넘어서, 동료들간의 간단한 대화나 감정조차 영어로 표현해야한다는 점은 나를 혼란 속에 밀어넣었다.
전 회사에서 했던 1on1 미팅에서조차 통역사를 통한 1-1-1 미팅이 되었다. 매니저와 나 사이에 통역사가 있다는 점이 뭔가 알게모르게 불편했다.
그리고 간단한 이슈조차 말을 못꺼내는 내가 참 부족해보이는 점도 큰일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냐.. 내가 선택한 길이니 내가 따라가야지. 그래서 싱가포르에 대한 책을 읽고 유툽을 보면서 싱가포르에 대해 배우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영어 공부도 시작하고 있다. 글로 배운 영어답게. 당연히 나 또한 읽기는 된다. 다만 말하기 듣기 쓰기가 안될뿐이다. 그래도 4개 중에 하나는 되고 있으니 애써 위안을 삼아본다.
풀재택과 경력직
재택과 온보딩은 상극이다. 재택이 없는 회사라면 저 멀리가 뉴비가 우왕좌왕하고 있으면 찾아가서 알려주면 된다. 하지만 재택이라면 뉴비가 스스로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알려야한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회사를 다니면서 철면피와 때쓰기 레벨 오른 나에게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었다. 그래서 부족한 영어와 파파고의 도움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질문하고 작성된 문서를 읽어보면서 질문을 계속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속에서 내가 할만한 일을 찾아서 "Discussion Topic"으로 던지고 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의 신입시절에 나는 누군가 불러줄때까지 기다리는게 미덕이라 생각했다.(굳이 나대지 않았다). 그리고 신입인 이상 누군가 나를 보살펴줘야지하는 뻔뻔한 생각도 가졌었다.
하지만 이젠 이게 미덕일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행동한다.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팀장님에게 그렇게 배워왔다.
다시 재택 얘기로 돌아가서 풀재택은 진심으로 오랜만이다. 전 회사인 가우디오랩도 풀재택 -> 하이브리드 재택으로 변경하면서 주5일 집에 있어본 경험은 참 오랜만이다. 가우디오랩에서 풀재택이었던 시기조차 회사를 자주 나가서 일하던 나였기에, 풀재택은 아직까지 어색하다.
7년만에 막내로
친구들과 창업한 회사(카찹), 티맥스, 가우디오랩까지 프론트엔드 기술적으로 배울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우습게도 남들은 독립하는 시기에 나는 처음으로 기술적인 사수가 있는 조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연차도 대략 살펴봤는데 막내라인이다.
기대된다. 가우디오랩에서는 기술적인 면보다 그 외적인 것들에 집중해서 배울 수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여기서는 B2C에 해당하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어갈수 있을 듯하다
가우디오랩
가우디오랩의 시작은 2022년 여름에, 다른 회사에 최종합격한 상태에서 커피챗하자고 온 메시지에서 시작되었다. 최합을 하고 널널하게 인수인계하는 상황에서 커피챗을 하자고 하는 상황속에 처음 방문한 사무실의 분위기와 느낌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싸가지없게 7시에 면접을 보자고 했었다. 그때 당시엔 이미 이직면접과 결혼준비를 하면서 휴가 파산상태여서 어쩔수 없는 요구였지만.. 그럼에도 팀원들은 그 시간까지 즐겁고 친절하게 면접과 커피챗을 진행했다.
그리고 다른 조직과 달리 굳걷하게 3년을 유지했던 팀은 나로 인해서 첫번째 퇴사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다른 조직원도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우리팀에 큰 흠을 남긴 것 같아 아직까지 마음이 무겁다.
신뢰란 무엇인가?
가우디오랩의 개발팀장(실제 조직명은 다르지만)인 민은 처음부터 "신뢰"를 엄청 강조했었다. 실력있는 동료와 신뢰받는 동료중에 선택하라면 신뢰받는 동료를 선택할 것만 같은 팀장님 아래에서 신뢰받는 동료가 어떤 것인지 참 많이 배웠다.
그래서 들어가자마자 시작된 재택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신뢰받기 위해 성실하게 그리고 양심적으로 행동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풀재택이 시작된 지금 나에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신뢰받는 동료가 되려면 노력중이다. 들어가서 배운대로 일년정도는 걸리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지 신뢰받는 것에는 지름길이 없다.
하나의 예로, 나는 생각보다 휴가를 시원하게 써버린 사람이라, 휴가가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휴가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팀장님은 대휴를 만들어서 줬었다. 이는 신뢰가 쌓여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동료란 무엇인가?
팀장님 뿐만 아니라, 백엔드 개발자, 인프라 개발자, 디자이너, PMO 뿐만 아니라 임원진까지 어찌보면 이상적인 회사가 가우디오랩에 있었다.
물론 회사 경험이 짧은 내 또래는 이해는 못했지만(비교군이 없기 때문에), 이미 거친 회사 생활을 경험하고 가우디오랩에 온 10+ 연차들은 가우디오랩이 일하기 너무 좋은 회사라는 평가를 자주하곤 했다.
그 속에는 능력있고 성실한 동료가 가장 큰 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입사면접때도 깐깐하다고 느꼈고, 그리고 그렇게 뽑는다. 나와함께 일할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뽑을때, 여러번의 채용과정속에서 지친 내가 이정도면 만족스럽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합격점을 줬던 지원자가 임원 면접때 탈락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조차 안뽑으면 누굴 뽑겠다는 거야!"라고 불평했지만
곧이어 들어온 헤이즐을 보고 큰 반성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이젠 나를 이어 프론트엔드 리드가 되어갈 헤이즐을 멀리서나마 응원해본다.
언젠가 가우디오랩 동료들과 다시 일해보고 싶다. 이번 이직에서 가장 아쉬움은 스톡옵션, 그동안 쌓여왔던 신뢰 같은 것들 보다도 더이상 함께 일할 수 없는 동료에 대한 아쉬움이다.
가우디오랩에는 종종 퇴사자들이 함께 와서 저녁파티를 한다. 예전에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퇴사자가 된 지금의 나는 그들 속에서 가우디오랩에 오고 싶다. 그만큼 아쉽고 또 그리울 것이다.
개발이란 무엇인가?
가우디오랩에서 보낸 3년은 개발판이 아주 아주 급변하는 3년이었다. 챗형이 나와서 업무를 재편하고 코딩에이전트나 AI IDE가 나와서 개발자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하고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개발자는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란 확고한 믿음이 있다. 간혹 다른 채용 공고에서 Problem Solver 라는 직군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일은 Problem Solver이다. 이 세상에 문제가 없다면 더이상 직장과 일도 없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모든 직장인은 Problem Solver이다. 그리고 개발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개발일 뿐이다. 또한 그 중에서도 코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직장인이다.
그래서 Problem Solver라는 단어는 비추하지만 Product Engineer라는 단어는 참 매력적인 단어라고 생각하고 이제 나의 목표중에 하나이다.
스타트업은 일손이 부족하다. 그리고 그 속을 AI를 통해 채워나가고 그중에 나는 백엔드나 디자인등 내가 부족한 점은 AI로 채워나가고 있다. 내가 만약 일반 대기업이라면 이런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AI Too이 빠르게 발전했던 2022~2025 이 시기에 스타트업에서 근무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마무리
3년 동안 행복하게 일했습니다. 가우디오랩
앞으로 잘 일해봅시다. 쿠팡플레이
그리고 잘 해봅시다. 핸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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